To-Each-Her-Own
여성 영화

To Each, Her Own (2018) 리뷰: 유대적 전통과 폴리아모리 사이의 거대한 욕망

고립된 정체성의 숲에서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단 하나의 단어로 정의하려 애씁니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박제된 표본이 아니기에, 때로는 관습이 그어놓은 선을 넘어 금지된 영토로 발을 내딛기도 하죠.

이 작품은 단순히 성적 지향의 혼란을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가족이라는 이름의 거대한 해일 앞에서 한 개인이 어떻게 자신의 욕망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연대하는지를 프랑스 특유의 경쾌하면서도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해냅니다.


🌿 이 영화가 특히 깊게 스며드는 순간

  • 나를 정의하던 오래된 문장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져 당혹스러운 밤을 지새워본 분
  • 부모님의 기대라는 외투가 너무 무거워 숨이 가빠오는 서른 즈음의 당신에게
  • 사랑의 형태가 반드시 ‘둘’이어야 한다는 세상의 약속에 의문을 품어본 적 있다면
  • 결국 이 영화의 파격적인 엔딩이 단순한 도피가 아닌 ‘확장’인 이유를 확인해야 합니다.

🎞 영화 관람 전 참고

본 작품은 신체적 노출이나 자극적인 묘사보다는, 인물 간의 감정적 텐션과 대사를 통한 심리적 갈등에 집중하는 드라마입니다. 종교적 금기와 성적 정체성이 충돌하는 지점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관계 중심의 서사입니다.


🎬 영화 정보

  • 제목: To Each, Her Own (원제: Les Goûts et les Couleurs, 2018) 아웃 & 인
  • 감독: 미리암 아지자(Myriam Aziza)
  • 각본: 미리암 아지자(Myriam Aziza), 드니 빔브로(Denys Bimbraut)
  • 국가: 프랑스
  • 장르: 코미디, 로맨스, 드라마
  • 러닝타임: 95분
  • 플랫폼: 넷플릭스(Netflix)
  • 출연: 사라 스턴(Sarah Stern), 줄리아 피아통(Julia Piaton), 장 크리스토프 폴리(Jean-Christophe Folly)

📖 《To Each, Her Own》: 견고한 비밀의 성벽에 균열이 생기는 찰나 [스포 없음]

은행원으로 근무하며 3년째 연인 클레어와 안정적인 동거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시몬. 그녀는 겉보기에 완벽한 레즈비언 커플의 일원이지만, 보수적인 유대인 가족 앞에서는 철저히 ‘이성애자’인 척 연기하며 살아갑니다. 결혼을 앞둔 큰오빠와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한 게이 작은오빠 사이에서 시몬은 가족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가짜 소개팅까지 감행하며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지속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시몬은 세네갈 출신의 셰프 왈리를 만나게 됩니다. 요리라는 공통의 언어로 소통하던 중, 평생을 레즈비언이라 믿어왔던 시몬의 내면에 왈리를 향한 낯선 이성애적 이끌림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클레어와의 관계를 지키고 싶은 마음과 왈리를 향한 강렬한 욕망 사이에서 시몬의 일상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치닫습니다.

유대교 전통과 퀴어 정체성, 그리고 새로운 사랑의 가능성이 충돌하는 가운데, 시몬은 가족의 거대한 이벤트인 오빠의 결혼식 날 인생 최대의 선택을 마주하게 됩니다.


🎨 정체성의 경계를 허무는 《To Each, Her Own》의 감정 곡선과 해석

🏺 종교적 금기와 개인의 존엄이 충돌하는 공간

시몬의 집안은 유대교적 전통이 지배하는 공간입니다. 어머니의 극적인 감정 표현과 아버지의 위태로운 건강 상태는 시몬에게 정서적인 굴레로 작용합니다. 여기서 정체성은 단순히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명예와 직결된 생존의 문제입니다.

감독은 코셔(Kosher) 음식을 먹는 법을 가르치는 장면이나 돼지고기 소시지를 매개로 한 왈리와의 교감을 통해, 종교적 규율이 어떻게 개인의 감각을 억압하고 또 해방시키는지를 미학적으로 풀어냅니다. 시몬이 왈리에게 돼지고기를 먹이는 행위는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자신을 옭아매던 ‘금기’를 타인에게 전이시킴으로써 그 벽을 허물어뜨리려는 무의식적인 저항으로 해석됩니다.


🌊 부정과 수용 사이의 심리적 소용돌이

시몬은 왈리와의 육체적 관계 이후에도 스스로를 ‘바이섹슈얼(Bisexual)’이라 정의하기를 거부합니다. “바이라면 내가 알았을 거야”라는 그녀의 외침은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온 자기 정의가 무너지는 것에 대한 공포를 드러냅니다.

작품 속에서 클레어는 ‘익숙한 안정’을, 왈리는 ‘낯선 해방’을 상징합니다. 시몬이 클레어에게 고백하고 쫓겨나는 과정은 그녀가 지니고 있던 가짜 평화가 파괴되는 필연적인 단계입니다. 여기서 갈등의 핵심은 ‘누구를 선택하느냐’가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를 어떻게 감당하느냐’에 놓여 있습니다.


🔎 결말의 재해석: 세 사람의 스쿠터가 향하는 미지의 영토

영화의 결말은 전통적인 로맨스 영화의 문법을 완전히 파괴합니다. 오빠의 결혼식장에서 클레어와 왈리 모두에게 입을 맞추는 시몬의 행위는 가족이라는 폐쇄적 공동체에 던지는 일종의 선언입니다. 그녀는 사회가 허용한 ‘1:1 독점적 관계’의 틀을 깨부수고 폴리아모리(다자연애)라는 파격적인 합일점을 찾아냅니다.

이 결말은 시몬이 어느 한쪽의 정체성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의 욕망이 가리키는 모든 방향을 긍정하기로 했음을 의미합니다. 클레어와 왈리가 이를 받아들이고 함께 스쿠터에 올라타는 장면은, 서로의 차이(종교, 인종, 성적 지향)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를 안고 나아가는 공존의 미학을 보여줍니다. 이는 과거의 시몬이 가졌던 ‘비밀’이라는 균열을 ‘공유’라는 연대로 메우는 과정입니다.

시몬의 선택은 기존의 모든 명명된 정체성을 거부함으로써 오직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겠다는 실존적인 승리입니다.


❓ 《To Each, Her Own》 해석의 갈래

Q1. 시몬의 행동이 클레어에 대한 배신이 아닌, 정체성 탐구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요?

작품의 전반부에서 시몬의 기만은 분명 클레어에게 상처를 줍니다.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이를 단순한 바람(Cheating)으로 치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를 도덕적 잣대로 심판하기보다, 평생을 억압된 환경에서 살아온 여성이 자신의 감각을 처음으로 ‘발견’했을 때 겪는 통제 불능의 상태를 묘사하는 데 주력합니다. 클레어의 고통을 인정하면서도, 시몬의 방황이 그녀를 진정한 자아로 이끄는 통과의례였음을 보여주며 관객에게 윤리적 판단 너머의 이해를 구합니다.

Q2. 폴리아모리 결말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판타지처럼 느껴지는데, 의도가 무엇인가요?

프랑스 코미디 특유의 낙천주의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지만, 구조적으로는 ‘모든 갈등의 해소’를 상징합니다. 유대인, 무슬림, 레즈비언이라는 사회적 소수자 집단이 한데 어우러지는 모습은 현대 사회의 분절된 관계들에 대한 대안적 비전입니다. 현실적인 정착 가능성보다는, 정체성의 감옥에서 탈출한 직후의 해방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미학적 장치로 보아야 합니다.


✨ 《To Each, Her Own》: 이름 붙일 수 없는 사랑이 주는 진정한 자유

영화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을 정의하는 수많은 라벨 중 진짜 당신의 영혼을 대변하는 것이 몇 개나 되느냐고 말이죠. 시몬은 가족의 기대와 성적 지향의 고정관념이라는 두 겹의 껍질을 깨고 나와 비로소 숨을 쉽니다. 사랑은 누군가를 소유하거나 특정 범주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본질이 흘러가는 대로 함께 유영하는 것임을 이 발칙한 영화는 증명합니다.

사랑의 완성은 상대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변화무쌍한 자아를 온전히 수용하는 너른 품에서 시작된다.


🗨 흔들리는 나를 마주하는 법 : 강물처럼 흐르는 정체성 껴안기

정체성이란 고정된 종착역이 아니라 평생을 거쳐 흐르는 강물과 같습니다.

만약 당신이 쌓아온 삶의 정의가 오늘 밤 갑자기 무너진다면, 당신은 그 혼란을 부정하시겠습니까, 아니면 그 파도에 몸을 맡기시겠습니까?


💜 Violet Screen의 시선 : 함께 보면 좋은 여성 서사

  1. 썸머타임: 아름다운 계절 (Summertime, 2015): 1970년대 파리를 배경으로, 농장 딸 델핀과 여성 운동가 캐롤의 뜨거운 사랑과 사회적 제약을 그립니다. <아웃 & 인>보다 조금 더 묵직한 시대적 무게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2. 우리, 둘 (Two of Us, 2019): 평생을 숨어 지낸 두 여성 노인의 사랑을 스릴러적 연출로 풀어낸 수작입니다. 가족에게 비밀을 숨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긴장감을 탁월하게 묘사합니다.
Lesbian Film Review 이전 안내
안녕하세요. Lesbian Film Review입니다.

보다 안정적인 글 발행과 다국어 서비스 및 독자 여러분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공식 플랫폼을 Substack으로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의 신규 영화 리뷰와 비평 에세이는 아래 새로운 공간에서 발행됩니다. 기존 사이트는 조만간 운영이 종료될 예정이오니, 새로운 공간을 구독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새로운 Lesbian Film Review 바로가기 ↗
오늘의 질문
캐릭터 궁합 퀴즈

오늘의 질문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신작은 무엇이었나요?

답은 저장되지 않아요. 아래 댓글창에 편하게 남겨보세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