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ies
여성 영화

Besties (Les Meilleures, 2021) 리뷰: 금기된 구역에서 피어난 텐트 속의 정체성과 첫사랑

집단이라는 견고한 울타리 안에서 개인은 번번이 자신을 지우는 법을 배웁니다. 내가 속한 무리의 언어를 따라 하고, 타인을 적대함으로써 나의 위치를 증명하는 삶은 지극히 안전해 보이지만 동시에 깊은 결핍을 유발합니다. 그러나 방어막을 겹겹이 두른 마음 한구석에도 예증 없이 불쑥 침투하는 타인의 존재는 존재 자체로 균열을 만들어냅니다.

《Besties》는 집단의 그늘 뒤에 숨어 있던 한 소녀가 금기시된 타인을 맞닥뜨리며 경험하는 아찔한 흔들림과, 그 균열 속에서 마침내 진짜 자아를 건져 올리는 뜨거운 성장의 순간을 집요하게 포착합니다.


🌿 이 영화가 특히 깊게 스며드는 순간

  • 집단 속에서 안전함을 느끼면서도 이유를 알 수 없는 고독함과 답답함에 목이 말랐던 적이 있을 때
  • 나를 둘러싼 환경의 시선 때문에 정작 내 안의 솔직한 감정과 욕망을 부정하거나 숨겨야만 했던 기억이 떠오를 때
  • 사회가 정해놓은 거창한 정답 대신, 오직 우리 둘만의 작고 비밀스러운 세계를 구축해 본 적이 있을 때
  • 그래서 이 글을 끝까지 읽어야 하는 이유는 거친 압박 속에서도 타협과 연대를 통해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지켜낸 두 소녀의 마지막 선택이 우리에게 건네는 존엄의 메시지를 해석하기 때문입니다.

🎞️ 영화 관람 전 참고

본 작품은 십 대 청소년들의 성적 정체성 고민과 퀴어 로맨스를 다루고 있으며, 키스 신 및 단선적인 성적 묘사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만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연출을 배향하고, 인물 간의 섬세한 감정선과 미묘한 권력 관계, 정체성 수용 과정의 심리적 갈등에 초점을 맞추어 담담하고 투명하게 그려냅니다.


🎬 영화 정보

  • 제목: Besties (원제: Les Meilleures, 2021)
  • 감독: Marion Desseigne-Ravel (마리옹 데세뉴 라벨)
  • 각본: Marion Desseigne-Ravel (마리옹 데세뉴 라벨)
  • 국가: 프랑스
  • 장르: 로맨스 / 드라마 / 성장
  • 러닝타임: 약 92분
  • 플랫폼: 해외 한정 스트리밍 서비스, 영화제 수입선 등
  • 출연: Lina El Arabi (리나 엘 아라비 – Nedjma 역), Esther Bernet-Rollande (에스테르 베르네-롤랑드 – Zina 역), Mahia Zrouki (마히아 즈루키 – Samar 역)

📖 Besties 줄거리: 거친 단지 내 세력 다툼 속에서 피어난 금지된 미로와 갈등 [스포 없음]

파리 외곽의 공공주택 단지, 십 대 소녀 네드마는 생계로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동생 사마르를 돌보며 또래 무리 ‘Les Meilleures’의 중심 멤버로 살아갑니다. 이 단지는 보이지 않는 구역 다툼과 대립으로 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네드마의 패거리 역시 전용 벤치를 점령한 채 건너편 무리와 사소한 기싸움을 이어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대립 관계에 있는 상대 패거리 리더의 사촌인 지나가 단지에 새로 이사 오면서 평온했던 일상에 파문이 일어납니다. 지나가 무리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자 친구들은 즉시 적대감을 드러내고 괴롭힘에 나서며, 네드마 역시 집단의 분위기에 맞춰 동조하는 척합니다.

그러나 네드마는 지나를 본 순간 알 수 없는 강렬한 끌림을 느끼고, 지나 역시 그녀에게 묘한 시선을 보냅니다. 낮에는 서로를 배척해야만 하는 무리의 리더와 타자이지만, 두 사람은 주변의 시선을 피해 밤마다 비밀스러운 만남을 이어가며 급격히 가까워집니다. 보수적인 이민자 공동체라는 압박 속에서 네드마는 ‘강한 소녀’의 가면과 ‘사랑에 빠진 연인’이라는 비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 적대적 구역과 이중생활: 《Besties》가 그려낸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팽팽한 경계선

네드마와 지나의 서사는 전형적인 셰익스피어적 원형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구도를 현대 프랑스 외곽이라는 특정한 공간성 위에 재구성합니다. 인종적·계층적 결속력이 강한 공공주택 단지에서 소속 무리는 단순한 친구 집단을 넘어 생존을 위한 울타리입니다. 네드마에게 지나라는 존재는 자신의 울타리를 위협하는 ‘적대 진영의 타자’이자, 동시에 그 안전한 감옥을 깨뜨려 줄 유일한 열쇠로 작동합니다.

낮 동안 단지 내 공원에서 벌어지는 과시적 폭력과 언어적 기싸움은 무리의 일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증명하는 집단 의식입니다. 반면 밤이 되면 아파트 옥상과 어두운 구석으로 이동하는 동선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오롯이 개인으로서 존재하는 비공식적 공간의 창출을 의미합니다. 이 극명한 낮과 밤의 대비는 두 사람이 느끼는 욕망의 밀도를 높이는 동시에, 발각되었을 때 다가올 파멸의 두려움을 극대화하여 서사적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시킵니다.


⛺ 옥상의 텐트와 정체성 수용: 《Besties》 줄거리 속 비밀 아지트가 갖는 의미

네드마의 감정 변화 곡선은 정체성의 denial(부정)에서 acceptance(수용)으로 이행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집단 강제 아웃팅을 당한 후, 사회적 매장과 조롱이라는 공포에 직면한 네드마는 한때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며 이성과의 관계를 시도하는 등 탈출구를 모색하지만, 이는 자신의 본질을 속일 수 없다는 사실만 확인시켜 줍니다.

이때 제시되는 옥상의 텐트는 단순한 공간적 도구가 아니라, 사회적 억압과 개인의 욕망이 타협하는 미학적·공간적 매개체입니다. 거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대변되는 외부 세계는 퀴어 정체성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네드마는 그 외부 세계의 가장 높은 곳에 스스로 작은 직물 장막을 칩니다. 이 텐트는 사회적 시선을 완전히 차단하면서도, 도망치지 않고 그 공간 안에 발을 붙인 채 자신의 진짜 사랑을 지속하겠다는 주체적 공간이자 물리적 안전망입니다.


🔎 결말의 재해석: 《Besties》 결말이 남긴 관계의 영속적 구조와 존엄의 쟁취

영화의 엔딩은 사회적 편견이 완벽히 사라지거나 집단 간의 갈등이 순식간에 화해로 전환되는 해피엔딩을 거부합니다. 친구들과 동생의 배척, 그리고 단지 내에 팽배한 조롱의 시선은 결말 시점에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적 벽입니다. 그러나 네드마는 더 이상 남들의 인정이나 무리의 중심에 서는 것으로 자신의 존엄을 확인받으려 하지 않습니다.

네드마와 지나가 선택한 “낮에는 외부의 눈을 피해 서로를 배척하는 척할지라도, 옥상 텐트 안에서 만큼은 자신의 온전한 진심을 전한다”는 합의는 둘만의 사랑을 지키려는 지극히 현실적인 타협이자 강인한 생존 전략입니다. 두 주인공은 집단이 강요하는 거짓된 관계의 ‘최고(Les Meilleures)’가 되기를 포기하는 대신,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단 하나의 거처를 확보했습니다.

네드마와 지나의 연대는 사회적 배척이라는 거대한 폭력 앞에서 해체된 것이 아니라, 옥상이라는 영속적 공간을 획득함으로써 비로소 완성됩니다.

이 결말은 시청자로 하여금 타인의 시선과 시스템의 압박 속에서 우리가 과연 어떠한 방식으로 자신의 존엄과 사랑을 건져 올려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 《Besties》 결말 해석과 여성 서사의 수용 방식

Q1. 이민자 커뮤니티라는 배경 설정이 퀴어 정체성 서사에 자칫 편견을 강화한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영화의 배경인 파리 외곽 방리외는 집단주의적 결속과 보수적인 성 관념이 강하게 작용하는 공간으로 묘사됩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연출이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거친 편견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리옹 데세뉴 라벨 감독의 연출 의도는 특정 집단을 비하하는 데 있지 않고, 십 대 청소년들이 느끼는 집단 압박의 무게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조적 장치로 공간을 활용한 것에 가깝습니다. 작품은 시스템의 억압을 사실적으로 조명함과 동시에, 그 속에서 타협점을 찾아내는 인물의 주체성과 강인함을 부각하여 균형을 이룹니다.

Q2. 결말에서 두 사람이 세상 앞에 완전히 당당하게 서지 못하고 이중생활을 타협하는 모습은 한계가 아닌가요?

할리우드식 서사에 익숙한 관객에게 옥상 텐트라는 타협안은 다소 미진하거나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미성년자이자 사회적 약자인 두 인물이 가혹한 현실 속에서 자신들의 관계와 존엄을 지켜내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영리한 생존 방식입니다.

거창한 투쟁이나 완벽한 도피 대신, 자신들이 거주하는 공간의 가장 높은 곳에 자신들만의 지대를 구축한 선택은 한계라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한 자의 존엄한 성장에 가깝습니다.


✨ Besties, 타인의 시선이라는 마찰을 뚫고 마침내 당도한 자기 자신이라는 고요

《Besties》는 집단이라는 울타리가 주는 안락함과 개인의 진정한 욕망 사이에서 번민하는 모든 인간의 보편적 고독을 정직하게 건드립니다. 거칠고 시끄러운 세상의 소음 속에서 두 소녀가 나눈 비밀스러운 침묵과 호흡은, 결국 타인의 인정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의 감정을 직면하는 용기임을 증명해 냅니다.

진정한 성장은 나를 둘러싼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억압 속에서도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단 한 뼘의 영역을 스스로 구축해 내는 일입니다.


⛺ 당신은 타인의 시선이라는 거친 바람을 피해 자신만의 텐트를 쳐본 적이 있나요?

누구나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과, 그 집단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스스로를 은폐해야 하는 불안 사이에서 갈등하곤 합니다.

  • 집단의 인정과 평온함을 위해 내 진심을 잠시 침묵시키는 삶
  • 세상의 시선과 격돌하더라도 오롯이 나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삶

지금 당신의 삶을 지탱하고 있는 태도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요? 댓글로 당신의 솔직한 결을 나누어 주세요.


🌺 Violet Screen 추천: 금기를 뛰어넘는 두 여성의 연대와 정체성 서사

  1. 패시지스 (Passages, 2023)
    • 추천 이유: 파리를 배경으로 관계의 균열과 충동적인 욕망, 그리고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의 이중성을 지극히 현실적으로 포착해 냅니다. 타인의 시선과 내면의 솔직한 감정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물들의 심리적 긴장감이 밀도 있게 전개됩니다.
  2. 더 월드 투 컴 (The World to Come, 2020)
    • 추천 이유: 19세기 미국 동부의 고립된 농가를 배경으로, 억압적인 가부장제와 삶의 결핍 속에서 두 여성이 서로를 알아보며 깊은 영혼의 연대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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